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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전남대 김재호 교수

2021-01-10
조회수 1709

5·18특별법 반대 전남대 교수 "5·18로 민주주의 억압하는 법"


김재호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 [김재호 교수 페이스북] 


'민주주의와 5·18을 모욕하는 악법을 폐지하라'

김재호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22일 전남대 교직원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의 제목이다. 김 교수가 이 글을 올린 건 지난달 9일 국회에서 통과된 5·18 역사왜곡처벌법(이하 5·18 특별법) 때문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광주와 호남의 위대한 민주주의 투쟁의 유산이 쓰레기통에 처박힌 불행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5·18의 역사적 의미마저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5·18특별법 반대 성명 내고 폐지 서명운동
"5·18 정신을 왜곡하고 호남을 고립시킬 것
광주에도 다른 목소리 있다는 것 알아달라"


김 교수의 글에 전남대 부설 5·18연구소가 나섰다. 이들은 24일 반박 성명을 내고 “독일에서 나치를 찬양하는 표현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성명서 철회를 요구했다.

5·18의 성지라 불리는 광주에서 전남대가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를 참작하면 김 교수의 이러한 공개 성명은 이례적인 '사건'이다. 김 교수는 왜 5·18 특별법에 대한 봉인을 깨뜨렸을까. 6일 김 교수와 통화해 의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5.18 당시 기록 사진. 이창성 전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찍은 것으로, 그가 2008년 펴낸 사진집 『28년만의 약속』에도 실렸다.

 [사진 이창성]



5.18 특별법을 왜 반대하게 됐나이 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 비방, 왜곡, 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그런데 허위사실이라는 게 애매하다. 역사를 놓고 제각각 시각과 해석이 다를 수 있지 않나. 그런데 국가가 역사적 사실을 정의하고 이에 반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런 법이 졸속으로 토론도 없이 처리됐다. 전혀 사회적 공감대나 합의 과정 없이 제정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 법이 왜 부적절한가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 기본이 되는 표현의 자유나 집회, 결사, 언론의 자유를 정면에서 제한하는 법이다. 5·18이 1987년 이룩한 민주주의의 기초가 됐는데, 이 특별법은 5·18의 기본 정신과 모순된다. 


5·18 연구소에선 독일의 나치 찬양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을 들어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은 전도된 생각이다. 이런 법을 만들어서 언론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전체주의의 출발이다. 5·18에 대해 심각한 왜곡에 대해선 현행법 안에서도 고소가 되고 처벌할 수 있다. 그런 실례도 있다. 또, 나치는 수백만 명을 학살했고, 한때 독일 국민 대부분의 지지를 얻었지만 한국에서 5·18을 왜곡 부인하는 것은 비공식적 언론이나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양자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다. 이 극소수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원리까지 제약하는 특별법을 만든다는 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이다. 과잉입법이다.


아돌프 히틀러와 그를 연호하는 독일 국민 [중앙포토]



전남대 교수로서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올리는 게 부담스러웠을 텐데…이런 법안이 통과됐는데 대학이라는 공간 안에서도 전혀 공론화가 되지도 않고, 토론이 없는 것에 심각성을 느꼈다. 내가 게시판에 글을 올리니 (내 의견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지만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어느 쪽에 완전히 동의하기도 어렵고, 나서서 반대하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런 복잡한 심경인 것 같다. 사실 전남대나, 광주 안에서만 할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문제다. 정치권, 특히 보수정당에서는 5·18을 잘못 건드리면 또 공격받을 것 같으니까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누구든 나서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법이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5·18은 어떻게 다뤄져야 한다고 보나나도 광주에 살고 있고 전남대 온 지는 20년이 넘었다.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도 많이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5·18을 광주만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자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5·18에 대한 각종 자료를 무슨 무슨 위원회 같은 데서만 독점하지 말고 모두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5·18의 가치는 평가받을 수 있고 국민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우리가 4·19를 말할 때 특정 지역과 굳이 연결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런 법을 만들어서 오히려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압하며 5·18 정신을 계승하자고 한다면 누가 받아들이겠나. 만약 이 법안으로 누군가 처벌된다고 가정해보자. 여론이 어떻게 될까. 그럴수록 5·18은 호남을 고립시키고, 광주만의 문제로 좁아지게 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점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서는 여론이 어떤가반대 성명과 함께 5·18 특별법 폐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등 호남 지역 인사들도 함께했다. 물론 대부분 5·18 특별법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호남에서도 분명 다른 목소리가 있다. 그런 점을 알리고 싶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